초안산 잣나무 숲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초안산 아파트 101동 뒤 잣나무 숲 사이 언덕에 조선 영조 때 정5품 상궁을 지낸 개성박씨묘가 있습니다. 상궁개성박씨묘는 궁녀의 묘비 중 비문이 남아 있는 단 3기 중 하나이며, 궁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비신 앞면에는 '조선국상궁개성박씨묘(朝鮮國尙宮開城朴氏墓)'라고 새겨있고, 뒷면과 오른쪽면에는 박상궁의 생애를 138자로 묘사했습니다. 이 비문은 궁녀의 삶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뒷받침할 소중한 자료인데 비문을 통해 상궁개성박씨는 영조를 모신 궁녀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하나는 상궁개성박씨가 ‘선영(先塋)’을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문의 소개처럼 상궁개성박씨의 옆에는 그녀의 증조부인 박근후가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종신직이었던 궁녀는 일생을 궁에서 보내다 왕족 외에는 궁에서 죽을 수 없다는 법도에 따라 늙거나 병들고, 죽은 후에야 출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왕의 여자로 살다가 죽은 뒤에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비문에는 상궁개성박씨는 성품이 단정하고 지혜로웠으며 충심으로 윗전을 받들었고, 사랑으로써 아랫사람을 대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기술은 발전해가지만 흔들리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옷을 바꾸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것들이 있습니다. 조선의 전문직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궁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초안산 ‘상궁개성박씨묘’... 상궁개성박씨묘를 만나는 길은 아기소망길을 따라 잣나무 숲에서 내려가는 방법과 초안아파트 101동 뒤에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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